
Pratchaya Phinthong Thailand, 1974
사진 작품 〈손금〉은 독일 카셀 도큐멘타 13 전시를 위한 〈수면병 Sleeping Sickness〉 (2012) 커미션 프로젝트의 연장선으로, 〈수면병〉은 이후 프랑스 렌 라 크리에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개최된 작가의 개인전에서 선보인 바 있다. 핀통은 이번에도 유럽 예술 기관의 자원을 재분배하여 아프리카 보건 분야 과제를 조명하고 실용적인 방안을 제시하였다.
〈수면병〉은 유럽, 아시아, 아프리카 세 대륙을 넘나들며 진행된 프로젝트였고, 특히 체체파리가 옮기는 수면병인 아프리카 트리파노소마증을 조사하기 위해 핀통은 사하라 이남의 잠비아에서 오랜 기간 여행했다. 이 수면병은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질환으로, 매년 수천이 넘는 사람과 가축의 목숨을 앗아갔다. 이 프로젝트가 대중에게 첫 선을 보인 것은 도큐멘타 13이 열린 독일 카셀에서였다. 핀통은 이 전시에서 고전적인 흰색 유리 케이스 좌대 위에 번식능력이 있는 암컷과 번식능력을 잃은 수컷 체체파리 시체 한 쌍을 선보였다. 〈손금〉에서도 구도는 도큐멘타 때와 거의 동일하지만, 여기서는 파리가 좌대가 아닌 작가 본인의 손 위에 올려져 있다.
작가는 이후 렌에서 열린 개인전에서 동일한 명칭으로 다른 형태의 설치 작품을 전시했는데, 여기서 작가 본인이 다른 연구자들 및 태국의 한 회사와 협업한 끝에 만들어 낸 친환경적이면서도 저렴한 체체파리 덫을 선보였다. 기존에 활용 중인 방사능 불임 처리 기술은 체체파리만 박멸하는 게 아니라 주변 생태계까지 교란하기 때문에 친환경 덫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. 설치 작품에서는 방사능 불임 처리 기술을 홍보하는 광고를 편집한 영상 작업도 함께 재생되었는데, 원본 광고의 영상은 제거한 채 원본 음성과 영상을 설명하는 자막만을 남겨두어 박멸 기법의 극단성에 대해 경고했다. 전시 기간 당시 잠비아 현지의 주민들이 덫을 활용한 결과를 사진으로 기록한 내용도 수시로 전시에 추가되었다.